꺼내놓기 혹은 드러내기
이미 전해드린 글을 그대로 복붙하였습니다..
왠지 이 곳이 제 마음을 더 오래 기억해 줄 것 같아서요..
...
저는 올해 초에 정말 큰 부침을 겪었습니다. 모두 다 타버린 숲 그 자체였습니다. 제 손으로 절대 태우고 싶지 않았던 소중한 터전을 제 스스로 다 태운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심지어 그 잘못된 선택을 멈추지 못하고 연속적으로 실패하면서 끝없이 절망으로 저를 밀어넣었습니다.
천만다행으로 그 어려움 속에서 회사의 저와 그 밖의 저를 철저히 분리한 덕분에, 회사에서는 정말 다행히도 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성공시키고 나서도 뽐내거나 거드름을 피우기는 커녕 그저 축 늘어진 채로 추켜세워진 강아지처럼 멍하니 흘려보냈습니다.
그 프로젝트 이후에도 제가 나서지도 않고 당최 자랑도 하지 않으니 얼결에 겸손한 사람이 된 채로 그 시기는 무난히 지나갔습니다. 당시에는 누구 앞에서 자랑할 기분도 아니고 차라리 그게 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회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삶은 저를 점차 궁지로 몰았고 마치 죽음으로 인도하는 것 같았습니다. 대리 달기 전까지는 이 회사 생활과 조직문화가 정말 사람 잡겠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회사가 나를 살리는 상황이라니, 이 무슨 아이러니일까요.
그렇게 제가 용케 오래 회사에서 잘 뿌리내리고 근무하다 보니 나쁘지 않은 평판을 가지게 되었고, 적당한 나이에 무난히 결혼해서 최고의 운으로 딸 아들 둘을 낳았으며, 겉보기에는 남부럽지 않은 평탄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망가져버린 정신 상태는 '그건 부모님이나 친구들 보기에나 그럴 듯한 거잖아! 너는 행복하니? 아니면 주변 사람들이 행복한거니? 너는 진짜 너를 위해서 살고 있니?'하고 일갈하며 제멋대로 급전직하하여 무려 지옥까지도 아무렇지 않게 넘나들고 있었습니다.
오늘의 글은 선생님만이 주실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위로라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 그냥 막연히 다 잘 될거야, 괜찮다고 말해주는 건 심연을 헤어나올 동앗줄이라기엔 너무 길어서, 이제 저를 위로할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청년 시절의 저는 단단한 심지가 있다고 믿었지만 내우외환엔 장사가 없으니 결국 마음의 병을 얻은 거지요. 그 때 쯤 선생님을 이 곳에서 뵈었습니다.
제가 선생님께 종종 필담으로나마 심정적으로 의지했던 것은 비단 선생님의 훌륭한 글솜씨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느슨하게 부담주지 않고 적당한 거리에서 지켜봐 주시는 것 만으로도 저는 조금씩 치유되는 기분을 분명히 느꼈습니다.
이에 용기를 얻어 다시 글을 쓰며 제 본모습과 가까운 미래의 꿈을 되찾는 여정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올 초만 하더라도 저는 누구와 비교할 것도 없이 스스로 너무 지쳐서, '아 내 인생은 완전히 잿더미가 되고야 말겠구나! 그야말로 다 끝장을 내는구나!' 하고 절망해 왔습니다.
그런 와중에 봉인되어 있던 솔방울이 마침내 무성한 숲이 되는 광경을 꿈꾸신다는 선생님 말씀이 저를 찾아와 문을 두드리니 그야말로 심금을 울리더군요.
지금 타오르는 그 불이 바로 당신이 기다리던 것이라고,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그것을 정면으로 바라보라고 조언해 주시는 것 같군요.
정말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지독한 화마라고 생각했는데, 오늘에 이르러 비로소 전과 다른 표정과 눈빛으로 그것을 바라보기로 하였습니다.
제 스스로 키운 어둠의 방에서 끝끝내 다시 헤어나오는 것은 분명 저의 몫일 것입니다. 마음 처방전에 깊은 오늘도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